떡 돌리며 덕담, 팔순잔치로 급변한 오월 초원의 봄소풍
칼스루에. 칼스루에 한인회(회장 이종원)는 5월 4일 정기총회를 겸한 봄소풍을 거행하였다. 예년과 다름없이 하겐바흐 오두막에서 열렸던 이날 행사는 칼스루에 지역 한인들과 그 가족들은 물론이고 인접국가 프랑스 지역과 멀리 중부 유럽에서도 참석하여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초록이 짙어지던 오월의 라인강변 소풍은 칼스루에 한인회 신임 회장을 선출하는 공식적인 총회와 칼스루에 한인회가 두어 달 전부터 여러 통로를 통해 광고하고 독려한 벼룩시장까지 열 계획이어서 지역 한인들의 관심을 모아 왔었다.
공지한 행사 시작시간이 12시 30분이지만 인근 도로가 주차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한인회 야외행사에 빠질 수 없는 별미인 오두막 숯불고기 그릴 앞엔 길고 오래 기다리는 줄이 행사 오두막 밖까지 이어져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종원 칼스루에 회장은 자신이 경험한 한인회 야외 행사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듯 하다고 기염을 토했다.
오래 기다린 끝에 받아 든 숯불고기를 쑥갓 상추에 싸서 오월 초원 오두막에서 즐길 때, 반가운 이야기와 정겨운 웃음들이 양념이 되어 주었다.
어느 교민의 아들은 아비투어를 잘 마친 후 진로 설계의 꿈에 부풀어 있다 했고, 작년 어느 때 쌍둥이 손녀들 출생을 알렸던 교민은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처럼 이야기가 풍성하고, 한국 여행을 하고 온 이들로부터는 우리나라에서의 진귀한 경험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사람들은 우리말 담소를 하며 우리 음식을 먹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아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종원 회장, 만장일치로 연임
정기총회는 순서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종원회장이 좌중을 모아 “ 오월, 지구의 모든 생명이 활기를 띠는 계절에 우리 한인회 봄소풍에 참석한 것에 감사한다. 사람의 정을 나누는 것이 한국인의 장점이다. 지난 몇 년 한인회 회장으로서의 경험에 비춰볼 때, 먼 타국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한인회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고 하였다. 그 만큼 그가 열정적으로 한인회 회장직에 임했다는 뜻인 듯하여 숙연해졌다.
이어 이종원회장은 전미영자 원로를 호명하고 팔순을 맞은 그를 위해 함께 축하하자고 제의했다. 봄소풍이 팔순잔치로 급변한 순간, 힘찬 생일축하노래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칼스루에 한인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전미영자씨는 젊은 시절 간호사로 독일에 첫발을 디뎠으며 독일 이민 일세대로서 지역 교민사회를 위해 봉사해왔었다.
이날도 팔순기념 떡을 돌리며 덕담을 한 차례 주고받은 터였는데, 뜻밖의 팔순 축하의 노래와 꽃다발을 받았던 것이다. “고맙다”고 나직하게 소감을 밝힐 때 눈시울을 적시는 이들도 보였다.
분위기를 감지한 이종원회장은 “이제부터 팔순을 맞는 모든 칼스루에 한인들에게 오늘 같은 생일축하가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고, 좌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박정자 임원의 회계보고에 이어 지난 신년회에 불참해, 전달못한 감사의 선물을 전 오재순, 최미현 전회장들에게 전달한 이회장은 지난 2년간 함께 일해 왔던 임원들을 앞으로 세워 수고를 칭찬했다.
이어 정기총회가 열리고 안말순씨 사회로 새 회장 선출에 나섰다. 백옥숙 전회장이 현 이종원회장을 추천하고 곽금식회원이 “아주 이상적으로 일을 잘 하고 있는 현 회장단이 차기도 이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다른 지원자나 추천후보를 재차 묻는 사회자의 말에 이구동성으로 현 회장의 유지 혹은 연임 주장만 거세어지자 그대로 이종원 전 회장이 신임 회장이 되었다.
의견수렴을 위한 회의도 투표도 거수도 없는 만장일치, 파격적인 신임회장 선출이었지만 아무도 이견을 내지 않았던 총회였다.
유임이 된 이종원 회장은, 새 회장으로서의 인사에 임하며, “모두가 함께하는 칼스루에 한인회는 잘 되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앞으로 2년 더 열심히 해 보겠다는 각오 또한 내보였다.
한인회 감사에 예년과 같이 김희주 김수동 회원이 선출되고, 한인회 행사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온 칼스루에 한인회의 박정애회원에게 감사선물이, 오는 5월 25일 실시될 남부한인회의 배구대회 선수팀 구성에 대한 광고가 있었다.
한편 이날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미리 알렸던 벼룩시장도 조용한 가운데 병행되었다.
한독사전과 조선시대 화가들의 그림이 새겨진 찻잔받침대와 유리그릇, 오색천 소재의 동전지갑 등이 눈길을 끌었고 특히 한글도서를 들고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독서삼매경에 빠진 이들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쑥이나 취나물 등 강가의 산나물을 뜯는 이들이나, 등짐을 지고 느릿느릿 오월의 숲을 거닐며 사색을 하는 이들도 칼스루에 한인회 봄소풍을 제대로 즐긴 이들이었다.
이영수기자 julee33333@gmail.com
1362호 10면, 2024년 5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