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신문 문화사업단의 문화이야기

독일의 대표적인 오페라 극장(2)

드레스덴 젬퍼 오퍼(Sächsische Staatsoper Dresden)

문화사업단에서는 독일의 대표적인 오페라 극장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유럽 음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오페라의 산실을 안내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이 독일의 긴 겨울동안 유럽 음악감상의 공간을 안내하고자 한다.

독일 작센 주에 속한 드레스덴 국립 오페라 하우스(Sächsische Staatsoper Dresden)를 흔히 젬퍼오퍼(Semperoper)라고 부르는데, 이는 이 극장의 설계자인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 1803∼1879)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극장은 또한 젬퍼 발레 극장이기도 하다.

1841년에 완공되었다가 1869년에 큰 화재로 소실되어 1878년에 재건축되어 2차대전 이전까지 바그너가 직접 지휘한 <방황하는 네덜란드 인>과 <탄 호이저> 등 수많은 명작 오페라들이 초연되는 등 유럽의 대표적인 오페라 하우스로 이름을 떨쳤다.

첫 극장은 1841년 4월3일에 베버의 <오이리안테>로 문을 열었다. 건물 디자인은 초기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에다 그리스의 코린토 양식까지 가미되었다. 그 시대에서 상상할 수 있었던 최상의 배합이라는 평가가 가능한 디자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극장은 유럽의 오페라 극장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1869년 큰 회재가 발생하여 극장이 소실되자 드레스덴 시민들은 빠른 재건축을 희망하면서 재건축 역시 젬퍼가 맡아야 한다는 주문을 했지만, 1849년에 발생한 작센 혁명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추방을 당하고 있었기에 그의 아들 만프레드가 아버지를 대신해서 설계를 하고 재건축을 지휘한 끝에 1878년에 완공시켰다.

재 건축이 완료되자 이 극장은 <드레스덴 바로크>의 가장 우수한 상징물이 되었는데, 현관의 천정엔 디오니서스 상과 함께 4마리의 사자가 끄는 마차의 조각상이 있고, 괴테, 쉴러, 쉐익스피어, 소포클레스, 몰리에르, 유리피데스 등 저명한 문화예술인의 모뉴먼트가 장식되어 있다.

무대막은 다름슈타트 출신의 페르디난드 켈러가 디자인한 것이다. 무대막 중앙의 그림은 프란츠 티펠이 그린 ‘열정의 횃불을 들고 있는 환상’이다. 극장 로비 곳곳에는 작가 에른스트 리첼(Ernst Rietschel), 에른스트 율리어스 하넬(Ernst Julius Hähnel) 등의 회화 작품들이 걸려 있다. 재개관한 젬퍼오퍼는 화재를 막기 위해 돌과 대리석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객석수는 1800석이었다.

1945년 연합군의 공습으로 불타

1945년 2월 13일 밤 10시 14분 영국 공군기가 독일 드레스덴 상공을 가로질렀다. 베를린과 드레스덴, 켐니츠, 라이프치히 등을 폭격해 소련군의 독일 진격을 도와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옛 작센 공국의 수도로 동독의 정치적ㆍ문화적 중심이었던 드레스덴이 가장 처참하게 부서졌다. 연합군의 작전 이름처럼 ‘청천벽력’(Thunderclap) 같은 일이었다.

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귄터 그라스는 드레스덴 폭격을 명백한 ‘전쟁 범죄’로 규정했다. 역사학자 막스 해스팅스는 ‘나치 독일이 저지른 것과 마찬가지의 끔찍한 실수’라고 했다. 영국 역사학자 프레드릭 테일러도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드레스덴 공습은 터무니없는 것이고 엄청나게 후회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엘 베강의 피렌체’(Elbflorenz)라는 칭송을 받아온 드레스덴은 연합군의 공습으로 즈빙어(Zwinger) 궁정, 성모교회 (Frauenkirche)와 함께 젬퍼오퍼가 파괴됐다. 젬퍼오퍼는 건물 외벽만 남겨 놓고 몽땅 타버렸다. 작 센 국립 오페라단은 1948년 연극 무대인 샤우슈필하우스(1913년 개관)로 무대를 옮겼다.

젬 퍼오퍼는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응급 조치만 한 채 20년 넘게 방치돼 있었다. 외벽은 살리면서 내부는 현대식 오페라 극장으로 새로 짓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1975년 오스트리아 빈의 한 도서관에서 고트프리트 젬퍼의 설계도 원본이 발견돼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하기로 결정했다.

1985년 젬퍼의 설계안대로 복원

젬 퍼오퍼는 1977년6월 24일에 공사를 시작해서 1985년 2월 13일에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무대에 올리면서 재개관했다.

개 관 공연에는 동독 공산당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모두 참석했다. 원래 재개관에 맞춰 지그프리트 마투스의 오페라‘유디트’의 세계 초연을 하려고 했으나 총감독 하리 쿠퍼가 베를린 코미셰 오퍼 총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유디트’도 베를린에서 초연했다. 세계적인 건축 음향학자인 레오 베라넥이 세계적인 오페라 지휘자 21명에게 ‘세계에서 가장 음향이 좋은 오페라 극장’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다. 1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테아트로 콜론, 공 동 2위는 드레스덴 젬퍼 오퍼와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이 차지했다.

젬퍼 오퍼는 2002년 유럽 대홍수로 엘베강이 범람하면서 물에 잠겼다. 전세계에서 성금이 답지하면서 복구 공사는 순조롭게 끝나 그해 12월 재개관했다.

1985년 재개관 이후부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taatskapelle Dresden)는 오페라 시즌이 끝나면 무대에 우아한 조명을 곁들인 음향 반사판을 설치해 심포니 오케스트라로 단독 공연을 갖고 있다. 오페라 시즌 때는 오페라, 비시즌때는 교향곡. 협주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인 셈이다. 프리츠 라이너, 칼 뵘, 오트마 스위트너, 주 제페 시노폴리, 허버트 블롬슈테트, 정명훈 등이 음악감독으로 거쳐갔다.

1317호 23면, 2023년 6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