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야기 / 160 – 유럽 건축의 역사를 둘러보다 (2부)

독일과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양한 건축 양식이다. 한국에서는 궁궐이나, 사찰 등의 문화유적은 그 건축 양식이 각기 일정한 데 반해, 독일과 유럽의 교회나, 궁전, 대저택의 건축 양식들은 그 건축 시기에 따라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특별히 우리들에게 다가온다.
문화사업단에서는 다양한 유럽 건축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그 기초가 된 고대 그리스, 로마의 건축을 살펴보고, 이후 이른바, ‘로마네스크’, ‘고딕’, ‘바로크’, ‘로코코’ 양식으로 대표되는 유럽의 건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고딕 건축의 시작은 로마네스크 양식이 200년 이상 계속되면서 여기에 싫증을 느끼거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기며 12세기에 들어 중세 기독교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플라톤주의와 아리스토텔레스주의의 영향 아래 스콜라 철학과 자연신학 등에서 ‘빛’을 통해 하느님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였다. 당시 프랑스 왕실을 이끌던 카페 왕조가 로마 교황청과 연대하면서 거대권력이 탄생했고 이에 합당한 새로운 건축이 필요해지며 앙천을 명분으로 한 수직성이 구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 생 드니 대성당에서 처음으로 고딕양식이 제시되었다.

한동안 프랑스가 고딕 건축의 발전을 주도했다. 고딕 성당들이 잇따라 건설되며 서서히 발전되었으며, 초기 고딕의 걸작인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나 1220년에 샤르트르 대성당이 완공되면서 전성기 고딕 양식의 표준점이 되었다. 이후 랭스 대성당이나 아미엥 대성당에서 프랑스 고딕은 완성된다고 평가받는다.

후기 고딕은 주로 프랑스 이외의 지역들 위주로 퍼졌는데 고딕양식을 프랑스로부터 빨리 수입해서 늦게 이해한 영국의 솔즈베리 대성당, 고딕을 외면하다가 늦게 받아들인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 전쟁에 치여 늦게 발전한 독일의 쾰른 대성당 등을 대표작으로 꼽는다.

후기 고딕 양식은 거의 획일적인 평면을 가지고 수직에 미쳐있던 프랑스 고딕의 정신이 약해져 덜 높은 수평적인 모습, 고딕 이전의 고전적인 평면 등을 보여주고 있으며 각 나라의 실정에 맞는 개성적인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고딕양식 건축의 특징

고딕 건축을 구조적으로 본다면 석재를 최대한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높은 벽을 쌓았기 때문에 옆으로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건물 밖에 위치한 또 다른 기둥들(플라잉 버트레스)이 필요했고, 반면 천창의 무게를 감소시키기 위해 골격을 이용한 가벼운 천장(리브볼트)를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서 벽에 큰 창을 내서 크고 아름다운 스테인드 글라스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찌를 듯이 높은 첨탑과 외부로 튀어나온 많은 기둥들 그리고 넓은 면적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특징이다. 얼핏보면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슷하지만 고딕이 훨씬 높고 창이 크며 날카롭게 보인다. 고딕 건축의 외관 모습은 르네상스 건축과 비교하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고딕 양식은 수직선을 의장의 주요소로 하는 종교 이념을 나타냈다면, 르네상스는 이와 반대로 수평선을 의장의 주요소로 하여 인간의 사회관과 그의 횡적인 유대를 강조하였다는 점이 대조적이다

그 외에도 건축 구조 또한 로마네스크와 르네상스 건축과 차이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첨두형 아치와 앞서 상술한 리브볼트로 고딕양식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이다.

첨두아치는 이등변 삼각형을 작도하는 중간 단계로 컴퍼스와 비율 막대처럼 단순한 도구를 가지고도 간단히 그릴 수 있는 것으로 구조와 공간과의 관계를 자유롭게 다루기 쉽고 나아가 공간을 강조하는 시각효과를 높이는 효과가 생겼고, 로마네스크의 2층 벽보다 더 높은 창틀을 유지하였다.

볼트(둥근 천장) 또한 로마네스크의 교차 볼트를 뛰어넘어 리브 볼트라는 교차하는 볼트의 능선을 리브에 의해 보강된 또 다른 구조를 창조했다. 나아가 4분 볼트를 넘어서 6분 볼트를 창조했다. 그리고 후기에 접어들면 이러한 리브 볼트를 보다 예술적인 형태로 승화시켜 피어의 꼭대기 혹은 들어올리는 곳을 기점으로 하여 나팔꽃 모양으로 확대되고, 인접하는 같은 형식인 선상 볼트와 영국, 독일의 후기고딕 건축에서 많이 사용했던 마름모형 그물모양의 리브로 된 망상 볼트와 리브를 별모양으로 배치한 볼트인 성상 볼트를 사용하였다.

고딕양식의 전파

고딕 양식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이 양식이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의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방식으로 지역화가 진행되었다. 영국에서는 특유의 장식적인 구조가 나타났으며, 리브를 순수히 장식적인 용도로 활용하였다.

당시 통일된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로마네스크 전통이 강했던 독일에서는 고딕 양식의 도입이 늦었는데, 여기서는 쾰른 대성당 등의 프랑스 양식을 직수입한 형태와 뤼벡 등의 북독일 지방 특유의 벽돌을 이용한 건축 등의 다양한 형태가 공존하였다.

한편, 로마 고전주의라는 역사를 갖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고딕 양식의 표준이라 여겨졌던 프랑스와 큰 차이를 보였는데, 당시 이탈리아에서 큰 세력을 이루고 있던 수도회인 프란치스코회와 도미니코회의 영향을 받아 토스카나 지방을 중심으로 특유의 고딕 양식이 등장했다.

이외에도 이베리아 반도와 북유럽, 동유럽 국가들 중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의 지역과 국가들도 고딕 양식을 받아들였는데, 전자인 이베리아 반도는 프랑스 양식을 일부 받아들인 후 당시 공존하고 있던 이슬람 예술과 융합한 무데하르 양식으로 흡수되기도 했다. 후자인 북유럽과 동유럽권은 뤼백에서 유행한 벽돌 고딕 양식이 대세였다.

중세 유럽의 표준적인 건축양식으로 쓰이던 고딕 양식은 이후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양식으로 변화하게 된다.

1363호 23면, 2024년 5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