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유럽과 한국의 심사 실무 차이 (2)

2. 확대된 선원주의 (한국 특허법 29조3항 vs. 유럽 특허법 54(3) EPC)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특허 출원 명세서를 한국 특허청이든 유럽 특허청에 제출해서 특허가 출원되고, 출원 후 1년 반이 지나면 일반 대중에게 발명을 공개하기 위하여 공개 공보 (Patent Publication)라고 하는 문서가 발간됩니다. 출원 날짜를 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한 복잡한 법리들이 있어서, 한국에서 최초로 출원한 후에 그 날짜를 인정받아 유럽에서 이어서 출원하는 제도가 있기도 하므로 한국에서 먼저 출원한 경우에는 한국 출원일로부터 1년 반이 지나서 유럽에서 공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공개가 된 특허 공개 공보의 경우, 새로이 출원되는 특허를 심사하는데 비교 대상 문서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특허를 심사한다는 것은, 이렇게 기존에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문서, 특허 공개 공보나 학술 저널 등과 동일하거나 비슷한지를 비교 분석해서 새로 출원된 특허의 권리 범위 즉, 청구항의 범위를 출원인과 함께 조정하는 과정으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특허청은 해당 특허의 배타적 사용권을 특허권자에게 공식적으로 확인해주게 되고, 이를 특허가 등록되었다 라고 얘기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출원이 기존의 문서와 동일하거나 비슷하면 특허청의 입장에서 특허를 등록시켜줄 수가 없습니다.

    특허가 출원된 후 공개되기까지의 1년 반의 시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먼저 출원된 특허가 출원 된 후 공개 되기 전에 새로운 특허가 출원되면 이것을 어떻게 심사할지에 대해 한국 특허법, 유럽 특허법에 각각 명시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후에 출원된 특허의 청구항이 이전 특허의 전체 출원 명세서와 동일한 경우에만 이를 거절이유로 통지해서 청구범위를 변경할 수 있게 합니다. 즉, 두 특허가 비슷하거나 약간 다른 정도로는 후에 출원된 특허를 등록하는데 이전 특허로 인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 특허법에서는, 두 특허의 출원 당시 출원인이나 발명인이 동일한 경우, 이러한 법리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규정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전에 출원된 명세서의 상세한 설명이, 이 출원의 출원 후 공개 전에 출원된 다른 특허의 청구범위가 동일하더라도, 같은 회사에서 출원하거나, 발명한 사람이 동일하다면, 이는 거절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한 회사에서 연구 개발한 물건 또는 방법에 대해서 발명의 상세한 설명을 공통적으로 여러 출원에 기재한 후에 이를 토대로 서로 다른 출원에서 청구범위만을 다르게 기재하여 1년 반 기간 내에 여러 개의 출원을 하더라도, 출원인이 같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유럽에서는 이러한 예외 조항이 없어서, 간혹 동일한 회사, 동일한 출원인의 이전 특허로 인해서 자신의 특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통상적으로 한국의 출원은 한국에서 먼저 출원된 후에 유럽에 그 내용 그대로 진입하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법리만 고려하여 출원 명세서가 작성되는 경우 유럽에 진입한 후에 이로 인해서 안타깝게도 청구 범위를 삭제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양국에서의 출원 명세서의 요건이 서로 상이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청구범위를 제외한 발명의 상세한 설명의 역할이 청구범위를 서포트하거나 청구범위를 실제로 실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도록 기재되는 것을 그 요건으로 하는데 반해, 유럽 특허청은 이에 더해서, 청구범위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제시되도록 일관된 맥락에서 발명의 상세한 설명이 기재될 것을 요구하므로, 청구범위가 달라지면 발명의 상세한 설명도 이에 준하여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출원 명세서를 작성하는 단계부터 청구범위에 따라 발명의 상세한 설명도 내용이 달라져야 합니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이러한 예외 규정이 필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유럽에서의 출원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국에서 최초 명세서를 작성할 때부터 이러한 유럽의 제도를 고려해서 명세서를 작성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저자: 이옥주 한국 변리사, 화학공학 박사
    자문/전문 분야: 이차 전지, 중합체 필름,
    Photo-resist 재료, 무기물 공정, 전기 도금, 금속 합금, 유기-TFT
    거주지: 독일 뮌헨 (München) 거주
    소속: Prüfer & Partner mbB, www.pruefer.eu
    연락처: lee@pruefer.eu

    1357호 16면, 2024년 4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