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김 희모

1년 2개월 후면 내가 새로운 세계를 향한 꿈을 가지고 한국을 떠나서 독일 땅을 밟은 지 반백년이 된다. 지금은 거울에서 주름 잡힌 70중반의 할머니 모습을 본다.

나는 간호사 이다.

긴 세월 동안 뼛속깊이 되뇌며 열정적으로 간호사로 일했는데 독일 와서 19개월 지난 후 허리 수술을 받아 병원 근무를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재활치료를 받으며 몸도 자유로이 가누지 못하는 나에게 현재의 내 남편이 청혼을 해 왔고 남편의 돌봄이 차츰 내 몸은 회복 되어 갔지만, 의사 선생님의 진단은 쉬운 일과 가벼운 일만 하도록 진단을 내러 주었다.

4년간 갑상선 환자가 다른 질병으로 인하여 수술을 못 받을 때, 또 갑상선 암 환자가 수술 받고 치료받는 병동에서 근무 했다.

마지막으로 20년 이상 Recklinghausen Knappschaft KHS 에서 50% 근무했는데

혼자서 침대를 밀지 않게 동료들도 배려해 주었다.

그래도 2003년 허리 통증이 심해 53세에 Erberbsrente를 신청하여 쥐꼬리만한 연금을 받게 되었지만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항상 나는 병원근무 못지않게 이제까지 바쁜 일정 가운데 있다.

한국에서 광부로 오신 분들과 그 가족들, 또 유학생들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분은 물론 경제적인 문제까지 도움이 필요하다면 거리와 시간에 상관없이 달려가 도움을 주었고, 한국의 친지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물질을 보내어 대학 졸업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결코 내가 여유로워서는 아니었다.

광부로 오서서 늙고 혼자 사시는 분을 위해 나의 피붙이에게 하듯 정성을 쏟았고 돌아가실 즈음 대, 소변 받아가며 곁을 지켜 주었을 때, 나에게는 물론 내 남편에게 더 감사하다고 하셨다.

40년 전부터 옆집할머니는 아프면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제 94세의 할머니는 치매로 혼자 집에 계실 수 없어 양로원으로 가셨는데 머리도 깎아주고 손톱, 발톱도 깎아주고 휠체어 데워 산보도 가고, 나만 알아보지만 내가 휴가에서 돌아가면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돌보고 싶다. 다른 두 분도 내가 휴가에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재독 간호협회 이사로 일한지 6년째이고 8년 전부터 이곳에도 봉사하고 있다.

여러 행사 준비 및 참여, 또 독일인, 외국인, 한국인들을 돌보는 일들로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바깥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는 나를 사랑으로 이해해 주는 내 남편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나는 간호사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감당할 수 있었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남을 도우면서 살아가고 싶다.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1330호 17면, 2023년 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