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가족상담 전문가 배문정선생의
“알고 보내는 독일 유치원”(4, 마지막회)

교포신문사에서는 젊은 독자분들을 위해 교육 & 가족상담 전문가 배문정선생의 “알고 보내는 독일 유치원” 글을 1월 한 달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독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하는 바 이다. -편집자주

부모 면담 (Elterngespräche)

적응 훈련 기간 이후 자녀가 어떻게 유치원에 적응했는지에 대해 간단히 알려주는 면담부터 자녀의 발달 상태와 지금까지 그동안 자녀가 어떻게 생활해 왔는지,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를 정리하여 부모에게 알려주는 발달상담이 있다.

유치원의 경우 규칙적으로 1년에 한번, 유아원의 경우 6 개월에 한 번씩 하는 면담은 보육교사에게 자녀에 관하여 자세히 문의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부담스러워할 필요가 없다. 필요에 따라 부모가 유치원 선생에게 먼저 면담 요청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혼자서 판단하지 않고 여러 명의 교사와 의견 교환을 하여 평가를 하므로 주관적인 평가는 아니다.

면담 시 물론 부모 두 분이 다 참석을 하는 것이 좋으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한 사람이라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사건과 사고로 면담 요청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미루지 말고 즉각 대처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이때 언어의 장벽에 부딪치는 분은 시(Stadt)마다 통역해 주는 유치원교사나 그에 상응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문의해 보시는 것도 좋다.

교육의 파트너로서의 부모(Erziehungspartnerschaft mit Eltern)

유치원에 학부모 협의회라는 것이 있다. 부모가 자녀를 유치원에 등록했다면 학부모 협의회에 자발적으로 출마하여, 학부모 대표로 선출될 수 있다. 학부모 대표는 결정권은 없지만 학부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부모의 제안이나 희망 등을 원장 선생님에게 전달하며,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통해 유치원의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여름축제의 날짜와 시간, 사진촬영의 날짜, 축제에서 도우미 역할을 하며, 축제 시 음식물 판매의 수익금을 관리하여 어떤 용도로 수익금이 유치원에 사용할지 결정을 한다.

여러 기관과 상호 협력하는 유치원

유치원은 유아원, 아동복지관 (Jungendamt), 조기교육 상담원 (Frühstart)과 학교 등 상호 협력하는 관계이다.

유아원에서 유치원으로 갈 때 이제까지의 발달 상황을 유아원의 보육교사가 유치원에 전달한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가정은 아동 복지 기관에서 비용을 지불하며, 그 아이가 일정 기간 동안 나오지 않을 경우, 가정 폭력으로 의심이 되는 경우 원장 선생님과의 의논 후 아동 복지 기관에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도 가지고 있다. 이때 아동 복지관에서 확인 후 상황에 따라 분리 또는 관리 조치를 취한다.

장애로 의심이 되는 아이의 경우, 교사 혼자의 판단이 아닌 조기 교육 상담 기관에 의뢰 후 아이의 놀이 상태를 본 상담기관에서 온 관찰자과 선생님의 의견, 부모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장애 기관에 신청서를 제출할지 결정한다. 장애로 의심되는 경우 의사의 의견서를 받아 장애를 판단하는 기관 (SPZ)에 신청서를 넣고 여러 번의 검사 후 장애 여부를 결정한다.

그해,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세가 되는 “취학할 수 있는 아동” (Kann Kinder)라고 하며 취학 아동이 먼저 원서를 접수한 후 신청이 가능하다. 이처럼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도 아이에 대한 발달 상태, 보육교사의 의견 등을 학교 측에 전달하는 상호협력 관계가 유지된다.

신청 후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의사에게 신체 발달, 인지 및 언어 능력, 집중력 등 간단한 테스트 후 모든 결과를 수렴하여 학교에서 결정을 하지만 보육교사의 의견이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건 사실이다. 자녀가 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될 경우, 1년을 더 유치원에서 보낼 수 있으며 그 결과를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교육청에 재심을 신청 할 수 있다.

내가 유치원에서 일하기 전, 내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을 때, 이곳은 교육의 현장이 아니라 방목의 현장처럼 보였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놀고 있는 것을 멀리서 볼 때, 아이의 얼굴은 모래와 흙과 뒤범벅이 되어 있고 울었는지 눈물 자국이 더 선명하게 더러워져 있어도 씻겨주거나 도와주지 않아 보육교사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이가 하루 종일 밖에서 철봉, 모래 놀기 등 뛰어놀기만 하는 것 같아 집에서 ‘내가 생각한 교육’인 책상에 앉아 교재를 사용하여 그림 그리기, 가위질, 연필 잡기 등 을 시켰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배운 ‘교육’적인 방식으로 독일 교육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지금 유치원 교사로서 생각해 보면, 자율적으로 모래를 만지며 소근육의 발달하는 것과 그림을 그리면서 소근육을 발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이 위험에 있으면 도와주지만, 어려움에 있으면 바로 도움을 주지 않고 설명을 한다. 이것이 독일식 교육이다. 이해할 수 있는지 없는지, 이해를 못 한 것 같으면 반복적 말을 해서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아이가 이해를 못했을 경우, 다른 친구가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기다림’ 이다.

글을 마치며

한국에서 유치원 교사의 경험과 지금 독일에서 유치원 교사의 경험을 비교하자면 교육방침은 참 많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면, 독일은 아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며, 자율적이며, 자립심 있게 아이가 자라도록 ‘놔둔다는 것’이 큰 특징이며, 그러기 위해 유치원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육방침과 정확한 규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교육기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난 후 유치원의 긍정적인 면을 인식하고 당신의 자녀를 믿고, 맡기기는 유치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참고로 독일 유치원 시스템이 각 주와 시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배문정님은 브레멘 대학 교육학 석사 후, 현재 라운하임에서 유치원 교사와 교육 & 가족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1348호 17면, 2024년 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