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람 아동을 소개합니다

탈북자 김수진씨가 <대한민국은 천국이다.>라는 제목으로 간증한 글을 소개 합니다.

<나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돌아 왔다. 대한민국은 천국이다. 진실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거짓을 읽으며 살아온 나는 세상을 내 눈으로 직접 느껴 보기 전에는 절대 감정 표시를 하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국정원으로 가는 길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 나왔다. 북한에 비해, 중국의 거리들을 보고 감동에 젖었던 그 기억은 봄눈같이 사그라지고, 중국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황홀한 광경에 나는 말문이 막혀 버린 것이다.

국정원으로 들어가기 전, 세심한 건강검진이 시작 되었고, 이때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어마어마한 의료설비들 앞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수천 리 길을 지나온 우리들의 수난의 옷들은, 속옷부터 겉옷, 신발 머리띠까지도 세세 낱낱이 바꾸어졌다.

나는 개수를 세어보았다. 40여 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그 모든 것들을 국민의 부담으로 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배려해 주었다. 500g 간식 한 봉지를 받고도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 앞에서 군침을 삼키며 먼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야 했던 어제의 날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국정원에서 조사를 마치고, 우리가 살아갈 삶의 진로를 가르쳐주는 하나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석 달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을 보내고 하나원을 수료하였다. 2013년 8월, 나는 꿈속에서도 그리던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었다. 주민 등록증을 받고 보니, 거기에는 나의 이름과 주민 번호, 집 주소가 적혀 있었다. 주민등록증을 품에 안았을 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격 앞에서 목이 매여 눈물을 흘렸다.

이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 되기 위하여 탈출을 꿈꾸며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 죽음과도 같은 탈출의 길에서 헤쳐온 가시덤불 길들,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추억으로 내 마음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주민등록 번호가 내 심장의 한 곳에 소중히 자리 잡았다.

드디어 국가가 정해준 나의 집으로 들어섰다. 규모가 반듯하고 쓸모있게 꾸며진 집, 문득, 북한의 창고 같은 나의 집이 떠올랐다. 이제 그 집을 머릿속에 떠 올리기도 싫다. 푸근함이 확 밀려왔다. 황홀한 나의 삶의 거처, 나의 집 만세를 부르고 싶다. 방안에 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았다.

전기 밥가마에 쌀을 안치고 살짝 스위치를 누르니 “쿠쿠가 맜있는 밥을 시작합니다”하는 소리가 노래처럼 내 귀를 간지럽힌다. 아! 나는 행복하다. 가스레인지를 켜고 국도 끓이고 반찬도 하며 일부러 전자레인지를 켜본다. 신비해서 어쩔 줄 모른다. 샤워 뮬에 실컷 몸을 풀고 나와서 건발기(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며 상쾌함을 만끽한다. 설거지대의 온수에 손을 잠그고 말없이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전기도 없고 찬 수돗물마져 없어, 우물가에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물이 고이기 힘든 우물 바닥을 물 한 바케츠를 얻으려고 정신없이 파내면, 모래가 한 웅큼씩 나오고, 어쩌다 나오는 수돗물에서는 지렁이와 거머리를 건져내며 그물을 그대로 마시면서도 다행으로 여겼었다. 일터에서 돌아와 전기가 없는 저녁 어둠속에서 더듬어 키를 열고 기름등잔 아래서 추위에 떨며 찬물에 손 담그던 일, 그 모든 악몽 들을 말끔히 씻어버린 대한민국 나의 집이다.

어쩌다 전기가 들어오는 날이면, 명절 선물이라고 받으며, (배려전기)라는 세계 어느나라 사전에도 없는 이상한 부름말은 도대체 무엇이었는가?! 전기가 들어오는 것이 소원이어서 명절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북한 인민들의 모습이 하루 종일 켜봐도 깜박하지 않는 T.V앞에서 설음을 불러내고 있다. 확 트인 대통로를 따라 끝이 없이 걷고 싶다. 대한민국의 도로들은 신화적인 도로다. 공중에 선 도로들, 그 위로 달리고 있는 물매미 같이 반들거리는 자동차들, 이것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한민국의 면모가 하나, 둘, 나를 향해 다가왔다. 먹을 것이 너무 흔해서 무엇부터 입으로 가져가야 할지, 음식이 너무 풍부하다. 그 음식들 앞에서 대성통곡하기도 했다. 삼백만의 굶어 죽음 속에 합쳐진 내 친척들의 얼굴들, 내 고향의 어린이들과 노인네들, 쌀이 없어 갓난아기를 등에 업고 밥가마 앞에서 눈물을 짜던 나의 동생, 그 모든 것이 내 서러움을 불러와 통곡을 터뜨리게 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아파트 마다 있고, 노인네 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들이 아파트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대한민국은 천국이다. 나는 지옥에서 천국으로 돌아 왔다. 천국에서도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에서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이루기 위해 각오하고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통일작가로 나의 생을 빛내고 싶다.>

부디, 김 수진씨의 소원이 이루어 지기를 염원하며, 통일의 그 날이 앞당겨 지기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 합니다.

오늘소개 드리는 구자람 아동은 경북 울진에서 조부모님 슬하에서 형 3명과 생활하는 남자 아동입니다. 아동의 엄마는 사망하였으며, 아빠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2011년부터 조부모님이 손주들을 양육해 왔습니다.

옥수수와 들깨 농사를 지어왔으나, 할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농사에서 얻어진 작은 수입마저 사라져, 정부보조금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할머니 또한 30년 전 자전거 사고로 인해 양쪽 다리를 다쳐, 오른발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자람 아동은 2023년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입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수학과 과학이 제일 재미있으며, 장래희망은 과학자가 되는 것입니다. 구자람 아동은 건강도 양호하고, 학업의 성취도도 좋은 편으로 성실하게 자신의 책임을 다 할 줄 아는 착한 아동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축구를 무척 즐거워합니다.

장래의 과학자로 크게 기대 되는 구자람 아동에게 교민 여러분의 격려와 관심은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식을 기다립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박 해 철 선교사 드림.

1317호 34면, 2023년 6월 2일